아동은 우리 사회의 가장 소중한 존재이며, 그들의 안전과 생명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됩니다.
하지만 매년 많은 아동이 예방 가능한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아동안전사고는 가정, 학교, 놀이 공간 등 다양한 환경에서 발생하며, 이러한 사고는 대부분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동안전 관련 법과 제도가 강화되고 있지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동 사망 사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아동사망검토제도(CDR, Child Death Review)’ 도입이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최근 5년간 아동안전사고 사망 현황을 살펴보고, 사고 반복의 근본 원인과 해외 사례를 분석하여, 한국에 적합한 CDR 도입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최근 5년간 아동안전사고 사망 현황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아동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은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약 170명의 아동이 안전사고로 사망했으며, 2022년에는 약 130명으로 감소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동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망률은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주요 사망 원인으로는 교통사고, 가정 내 사고, 익사, 추락 등이 있습니다.
특히 가정 내 사고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가전제품 감전, 독성 물질 섭취, 화재 등 일상적인 환경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는 보호자의 안전 인식 부족과 예방 시스템 미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여전히 지역 간 격차와 계층 간 안전망 차이가 아동사망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사고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는 있지만, 체계적인 사고 원인 분석과 정책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큰 사건이 터지면 일사천리로 없는 법까지 만들지만 계속 재발되는 이유는?
한국 사회는 큰 사건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법안을 만들거나 기존 제도를 강화하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대처 방식이 ‘사후약방문’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2019년 아동이 차량 내 방치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관련 법안이 신속히 통과되었지만, 이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었습니다. 이는 법과 제도가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실행력 부족, 모니터링 체계 부재, 국민 인식 개선 부족 등으로 인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고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방 대책을 수립하는 시스템이 부족한 점도 주요 원인입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책임을 묻고 법안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근본 원인에 대한 검토와 예방 시스템 구축은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새로운 사고 유형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드러나며,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해외 아동사망검토제(CDR) 도입 현황
해외에서는 이미 아동사망검토제(CDR)를 통해 아동 사망 사고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은 국가 또는 지역 단위로 CDR을 운영하여 사고 원인을 검토하고 이를 예방 대책에 반영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주(State) 단위로 CDR 팀을 구성해 의료, 법률, 교육, 복지 전문가가 협력하여 아동 사망 사례를 검토합니다. 이를 통해 사고의 반복성을 낮추고,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사망률 감소를 목표로 한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사례가 있습니다.
영국은 국가 차원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아동사망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및 정부의 예방 대책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2010년부터 CDR 시스템을 도입해 아동의 사망 원인을 분석하고, 부모와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아동사망검토제(CDR) 도입 필요한 이유
한국은 아동사망률이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예방 가능한 사고로 인한 사망이 많습니다.
이는 기존의 단편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CDR 도입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아동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제도입니다.
첫째, CDR은 아동사망의 근본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사고 통계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둘째, CDR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아동복지 정책 개선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사고 유형이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서 빈번히 발생한다는 점이 확인되면, 이를 바탕으로 지역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셋째, CDR 도입은 아동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사고를 단순히 개인의 실수나 불운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 전체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게 만들 것입니다.
시사점 및 향후 과제
CDR 도입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 법적 근거 마련: 아동사망 사례를 검토하고 데이터를 수집·활용할 수 있는 법적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더욱 중요합니다.
- 전문 인력 양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CDR 팀 구성을 위해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 국민 인식 개선: CDR이 단순히 사고 원인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제도라는 점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 예산 및 인프라 확보: 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동의 생명과 안전은 국가와 사회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임입니다.
CDR은 단순히 아동 사망 사례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반복적인 사고를 예방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핵심적인 도구가 될 것입니다.
이제 한국도 CDR 도입을 통해 아동사망률을 낮추고, 아동복지 정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